2013년 9월 12일 목요일

후쿠시마주민은 버려지고 돈도 인력도 도쿄가 집어삼킨다고..

2013.9.11 Foresight
도쿄올림픽 결정의 배후에서 들리는 후쿠시마의 비명


동일본대지진으로부터 9월11일로 2년반.
"부흥은 순조롭게 진전되고 있다."
고 내세우는 아베수상 발밑에서 일본의 국제적 신용을 뒤흔드는 사태가 진행되고있다.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으로부터의 방사능오염수누출.
거기에 펼쳐지는 것은 사고전과 다를바없는 오래된 일본의 모습이다.

증폭되는 현지의 불신감


"언제까지 이따위 거짓말을 해댈 속셈인가. 어차피 들통날 건데"
2020년 하계올림픽 개최지를 정하는 IOC. 9월7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열린
총회에서 아베수상의 메시지를 듣고는, 후쿠시마현의 어느 재계인사가 쓰디쓴 표정으로
내뱉었다.

"오염수 상황은 컨트롤돼있다. 도쿄에는 아무런 피해도 없다."
고 용감하게 단언했다. 그러나 후쿠시마 제1원전은 지금도 매일300톤의 오염수가 바다로
흘러나가고 있어서, 도쿄전력의 발표만 봐도 "컨트롤돼있다"고는 도저히 볼수없다.
현지에서는 이런 상태가 2년반동안 계속됐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원전은 지하수가 흐르는 절벽을 일부러 깎아서, 그밑에다 세웠으니까,
대량의 물이 밀어닥치는 것은 당연하다. 옛날에는 이런 물도 바다에 흘리면
방사능은 사라져 없어진다는둥 난폭한 소리를 했던 것이다.
이토록 심각한 오염이 될줄은 전혀 몰랐다."

원전건설 당시 지형을 기억하고있는 현지 원전입지 지자체, 오오쿠마마치(大熊町)
농가의 노인이 말한다.

올해 2월에 퇴임하기까지 역시 입지 지자체인 후타바마치(双葉町) 정장(町長)을 지낸
이도가와(井戸川克隆)씨는 정장이 되기전에 수도공사 사업을 했었다.
발전소 내부모습도 잘 알고있다.
"부지내 배관 등으로봐서 추측하면, 새고있는 오염수의 양은 두자리수 정도
더많은 게 아닌가. 어쩌면 매일 1만톤 될지도 모른다."

진상은 모른다. 모르니까 현지의 불신감은 증폭된다. 원전 어디에 구멍이 뚫렸는지,
어디서 지하수가 오염되고있는지, 원자로건물 내부는 방사선량이 너무 높아 접근도 못해
상황은 모른다. 그런데도 아베수상은 "안전하다"고 떠벌린다.
일본정부와 도쿄전력이 알고있는 것도 지역주민에게는 숨겨진다.
오염수 누출사실이 발표된 것은 7월 참의원선거 직후였다.
"도쿄전력도 정치가도 전혀 믿을수없다. 이게 민주주의 국가냐."(미나미소마시 사쿠라이시장)

'거짓말도 방편'이 뽀롱난다


옛왕족의 후예인 다케다 도쿄올림픽유치위원회 이사장은 IOC위원에게 편지로
"후쿠시마와는 250km나 떨어져 있으니까 도쿄는 안전하다."고 말했다.
"더러운 후쿠시마의 존재는 도쿄에게는 민폐라고 말하는 투다."(이도가와씨)
후쿠시마 주민은 일제히 반발했다. 주민의 심리속에서 도쿄와의 거리는
250km보다 훨씬 멀어졌다.

"도쿄에 전기를 보내왔던게 후쿠시마원전이니까,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
이노세 도쿄지사는 올림픽에 들떠있지말고, 폐를 끼쳤다고 곧장 인사와야 한다."고
앞서나온 재계인사는 말한다.

아베수상의 실언은 더욱 중대하다. 체면을 차리려고 후쿠시마에 대해서
해서는 안될 거짓말을 했기 때문이다. "거시말도 방편"이라는 것은 일본식
2중잣대 정치의 특기인데, 심각한 희생으로 고생하는 후쿠시마에 관한 한,
"원전은 절대로 안전"하다는 거짓말만은 용납되지 않는다.

아베수상의 실언은 후쿠시마 사람들의 인내를 이용해서 얼떨결에
'원전사고는 지나간 일"로 치부하고 역사의 어둠속에 밀어넣으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수작은 파탄했다.
"우리는 잊혀지는 게 아니냐."라는 주민의 불안에 오히려 불을 붙여버린 것이다.
너희들은 희생이나 하고있어라, 라고 노골적으로 속내를 말해버렸으니,
한입으로 두말하는 짓은 먹히지 않게된다. 지금도 여전히 15만명 가까운 사람들이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피난생활을 계속하는 후쿠시마에서 "절대안전"이라는 거짓말을
덧칠하는 것은 치명적이었다. 주민의 불신감은 씻을 수 없는 것이 됐다.

험악해지는 '주민의 마음'


방사능오염뿐만 아니다. 후쿠시마의 희생은 지금도 더욱 확대되고 있다.
"가설주택에서는 노인의 치매증세가 급증하고 있다. 사망하는 경우도 많다.
나는 이것은 일종의 살인이라고 생각한다."(나미에마치 상공회 하라다 회장)

후타바마치에 인접한 나미에마치(浪江町)는 나혼마쓰시(二本松市)에 임시 사무소를
설치하고있다. 정장 바바씨도 하라다씨도 피난생활자다.
"이제는 3.11 전의 마을로 되돌아갈 수 없지만, 그나마 성묘라도 하겠다는 주민을 위해
최소한의 복구라도 해야한다."(바바정장)
"손자대쯤에라도 마을이 복구되면 다행인데.."(하라다회장)

냅두면 사라져갈 마을. 젊은이는 마을을 버리고 나가버린다. 남는 것은 고향에 애착을
버리지못하는 노인들뿐. 그래도 좋다고 필사적으로 마을의 정체성을 유지하려고 애쓰는
그들의 마음의 힘이 아베수상의 무심한 말에 의해 끊어져 버리는 게 아닌가 안타깝다.

지금 후쿠시마가 바라는 것은 허세부리는 말이 아니다. 이 잔혹한 인재의 피해자에게
다가가는 성실한 말인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원전사고로 죽은 사람은 없다, 따위 소리를한 자민당간부도 있었다."(하라다회장)

하라다회장도 바바정장도 지난번에 만났을 때보다 말투나 표정이 날카로와졌다.
한계상황의 생활. 거기에 가차없이 덮치는 오염수. 원래 온화했던 후쿠시마의 민심이
험악해져간다.

방사능을 피하기 위해 애들과 엄마를 후쿠시마현밖으로 피난시키고 아버지가
노부모와 가설주택이나 임대주택에 사는 사람이 많다.
"이제좀 손자와 살고싶다."
"싫어요. 후쿠시마에는 무서워서 돌아갈 수 없어요."
이런 대화끝에 붕괴되는 가정이 적지않다.

"애를 데리고 서쪽으로 서쪽으로 도망쳐간다. 어리석은 엄마라고 말할테면 해라."
원전사고 피해자의 처지를 단가(短歌)로 읊은 여류가인(歌人) 다와라(俵万智)씨는
너무나 깔끔한 자세가 오히려, 고개숙인채 매일매일 견디는 후쿠시마의 엄마들간에
평판이 좋지않다.

'독선'이었던 동토벽

후쿠시마에는 어두운 모습이 도처에 박혀있다. 일본의 정치는 그 현실에 너무나도 둔했다.
사탕을 주면서 협박하고 입닥치게 한다. 예전에 입지지역에서 전개된 원전행정 수법이
아직도 통한다고 일본정부와 도쿄전력은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아마도 그런 교만함이 오염수처리 방법을 잘못하게 했을 것이다. 2년반이나 되는 동안
일본정부는 오염수처리에 무대책이었다. 그러나 주민을 입닥치게 해도 오염수는
가만있지 않았다.

매일 넘쳐나는 물. 그것이 한계에 달했는지, 아니면 역시 IOC한테 체면을 차리려고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일본정부는 갑자기 9월이 되어 오염수대책을 발표했다.
원전주변을 얼린 흙의 벽으로 둘러서, 오염수를 차단한다고 한다.

이 공법에는 막대한 자금과 전력이 필요하다. 전문가에 의하면 지금까지 터널공사 등에
단기간 쓰인 적은 있지만, 장기간 쓰인 실적은 없다. 당분간 차단하는 데에 도움된다고 해도,
녹아내린 핵연료를 회수한다는 까마득한 장기전이 예상되는 원전사고처리에는
언제까지 효과가 있을지 극히 의문이라고 한다. 그럼 어쩌면 좋은가.

토목 분야에는 '토목학회'라는 독특한 조직이 있다. 학회라고는 해도, 학자뿐만 아니라,
건설사나 업계, 행정기관 기술자를 모은 집단이다. 그 회장 경험자들이 9월3일 급히
오염수대책을 협의하기 위해 모였다.

놀랍게도 이 모임에서는 동토차수벽을 채용함에 있어서 일본정부로부터 토목학회의
쟁쟁한 전문가들에게 아무런 자문이나 상담도 없었다는 사실이 판명됐다.
어느 유명한 토목공학 교수는
"토목이란게 원자력마을 패거리들한테는 머슴같은 취급이다."라고 자조섞인 고백을 한다.
사정은 사고전과 아무런 다를바없다.
오히려 원자력마을의 비밀주의와 권위주의는 여기서 절정에 달했다.
독선적인 동토벽은 실패하여 후쿠시마원전사고와 마찬가지로 스스로 목을 조일 것인가.

유일한 기준은..

오염수대책이 장기전일 때, 터무니없는 사태가 벌어질지 모른다.
4, 5년 지나도록 오염수가 넘쳐나고 있으면, 아베수상의 거짓말은 전세계에 들통나 버린다.
올림픽에 선수파견을 거부하는 나라가 속출하는 경우가 없다고 할수는 없다.
그뿐 아니라, 후쿠시마 나아가 일본재생의 앞길에 빨간신호가 켜질지도 모르는 것이다.

뒤돌아보면 일본정부는 2년반동안 계속 거짓말을 해왔다. 특히나 사고직후 2011년9월에
원자력손해배상지원기구를 설립해서 도쿄전력 구제에 나섰고, 게다가 2011년12월에는
당시 노다수상이 놀랍게도 '사고수습선언'을 했다. 오염수에 우왕좌왕하는 지금엔
악질 농담으로밖에 안되는데, 그것이 그후의 원전사고처리 방향을 결정지은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도쿄전력의 재건방침이나 사고수습선언에는 과학적, 합리적 근거가 있었던 게 아니다.
그것이 주민의 행복을 보증한다고 일본정부가 생각한 것도 아니다. 이런 정책의
기준은 단하나, 사고처리와 부흥에 따르는 재정지출의 억제, 그리고 원자력마을의 연명
이었던 것이다.

사상초유의 대참사에 직면해서 일본의 정치는 그따위짓밖에 생각하지 않은 것이다.
오염수처리의 위기적 상황은 이런 방침이 이미 파탄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동시에 이런 사태에서 드러난 것이 그동안 후쿠시마 주민이 맛본 도탄의 고생이다.

일본정부는 사고가 수습되었다는 허구의 전제를 바탕으로 피난민에게는 억지로
귀환을 촉구해왔다. 피해자에게 보상이나 지역의 제염작업 방침도 귀환이 대전제다.

그러나 귀환해도 옛날생활이 되돌아오는 게 아니다. 피해로 잃은 주택이나 재산을
도쿄전력이나 중재기관의 엄격한 검사를 뚫고 배상시키는 것이 지극히 어렵다.
일거리는 없어지고 위자료를 까먹는 나날이다.
(역주: 가해자가 칼자루 쥐고있고 일본정부는 도쿄전력 편이다)

방사선량을 기준으로 정한 장래 귀환 난이도 예상에 따라, 각 피해 지자체는 2~3개
구역으로 분할됐다. 나중에 그것이 일본정부한테는 보상금액을 깎을수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는 게 드러난다.

도로 하나 건너서 이웃 사이에 귀환시기가 다른 구역으로 편성되는 사태가 여기저기서
빈발했다. 그렇게 되면 보상금액이나 생활보장의 내용이 크게 달라진다. 100년전부터
이웃이었던 사이가 서로 주머니 사정을 살피고, 어색해져서 대립한다. 도쿄전력이나
일본정부가 가장 꺼리는 지역의 단결은 이미 바랄 건덕지도 없다.

주민들은 애들의 장래를 생각해서 귀환을 주저하며, 한편으로 내일의 생활을 생각해서
눈앞의 보상이라는 유혹과 싸운다. 공동체는 갈기갈기 찢어졌다. 정신적인 피로가 쌓여간다.
후쿠시마현밖으로 피한 자주피난자는 이런 보상대상으로부터도 빠져서 버려졌다.

국가재정의 제약

미나미소마시에서 도쿄전력에 대한 주민의 배상교섭을 지원하고 있는 와카바야시 변호사
에 의하면, 도쿄전력이나 중재기관의 배후에서 일본정부가 피해자지원의 돈줄을 조이고 있는
현실에서는 배상교섭이 대부분의 경우 피해자의 양보로 끝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귀환하느냐 마느냐, 앞으로 어떤 생활을 바라느냐.
본래 최우선으로 해야할 피해주민의 생각과 희망을 무시하고, 일본정부는 돈이 안드는
'부흥'을 목표삼은 것이다.

나미에마치 바바정장에 의하면 사고직후에 일본정부가 마을전체를 통째로 옮기는 구상을
제안해온 적이 있다고 한다. 댐건설 등에 쓰이는 수법이다.
일본정부가 단한번 주민의 편에 섰던 순간이었다.

그것이 실현되었다면 오늘날 진행되는 지역이나 주민가정의 분열같은 비극이 없이,
오염수가 지역에 주는 쇼크도 상당히 작은 것이 되지 않았겠는가. 그대신 댐에 비해
막대한 재정부담이 발생했을 것이 틀림없다. 실제로 이런 구상은 순식간에 사라져서
두번다시 부활하는 일은 없었다.

이렇듯 후쿠시마는 재정위기 속에서 올림픽의 광란과 소란에 묻혀가려 하고있다.
피해자지원이나 오염수처리에 돌릴 돈은 없어도, 올림픽경기장은 세워지게 됐다.

지금 후쿠시마의 건설업은 절망에 빠져있다. 작년쯤부터 인력도 자재도 돈도 모자라,
어느 부흥사업도 제대로 진전되지 않았는데, 도쿄에서는 압도적인 기세로 대규모건설
프로젝트가 시작되게 됐다. 더이상 버려진 마을의 목소리는 어디에도 닿지않는다.

후쿠시마의 현실에 눈을 돌려라.
주민의 비통한 처지를, 오염수의 반란이 대변하고 있다고 한다면 너무나 슬프다.
(끝)

너무 긴데 이하 세줄요약:
◆ 후쿠시마를 잘라버리고 안전하다고 뻥친 결과, 후쿠시마는 분노했다
◆ 동토 차수벽은 토목학회 어느 전문가한테도 상담하지 않은 것이었다
◆ 2년반동안 일본정부가 한 짓거리는 오로지 돈안쓰기위한 수작이었다
    + 원자력세력이 살아남기 위한 수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