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급속하게 퍼지는 원전불필요론
며칠전 미국 지인으로부터 온 메일에 흥미로운 얘기가 써있엇다.
"원전은 이제 끝장을 보게 될 것입니다. 사고를 일으킬 경우의 비용을 생각하면
원전은 수지타산이 맞지 않습니다. 천연가스나 석탄쪽이 지금은 값싸고."
원전추진에서 반전, 미국의 풍향이 바뀌었다
이것은 일본의 얘기가 아니다. 지금까지 원전을 긍정적으로 보던 미국의 얘기다.
채산성이 악화되기 시작해서 원자력산업은 망해갈 운명이라고, 죠지 W 부시
정권에서 관료를 하던 지인은 말하고 있었다.
그러나 몇년전까지는 달랐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08년 대통령선거에서
선거용 TV 광고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앞으로 10년간 1500억달러 들여서 미국에 충분한 에너지를 확보하겠다.
그중 하나가 원자력으로, 핵에너지를 보다 안전하게 이용할 생각이다."
이런 말에서 원전추진역으로 보일 정도의 의욕을 느낀다. 이런 원자력 정책은
부시정권으로부터 이어받은 것이기도 했다. 오바마는 대통령이 된 다음에도
생각을 바꾸지 않았다. 2012년1월 일반교서연설에서 이렇게 역설하고 있다.
"그린 에너지의 생산성과 효율을 항상시켜서 고용도 늘이겠다. 그 일환으로
안전하고 청정한 신세대 원전을 건설하겠다."
다만 미국정부는 원전에 대해 오래동안 신중한 태도를 튀해왔다. 1979년
스리마일섬 원전사고 이후, 장기간에 걸쳐 신규원전을 건설하지 않았다.
원전의 안전성은 완벽하지 않다는 현실을 사고를 통해 깨달았기 때문이다.
일본의 전력회사가 신봉해온 안전신화와는 정반대의 입장이다.
그러다가 스리마일섬 사고로부터 30년째를 맞이하면서 변화가 시작됐다.
2008년 연방의회는 180억달러의 원전건설용 예산을 계상한 것이다.
2009년초까지 미국내 전력회사는 31기 신규건설을 신청했다. 마침 선물시장이
활황을 보여 천연가스나 석탄 등의 가격이 급등하던 시기이기도 하다.
원전은 비용면에서 값싸다고 생각되었다.
앞으로 20년내에 43기가 폐로
그러나 사태는 셰일가스혁명이 도래함으로써 돌변한다. 천연가스 가격은 급락하고
석유가격도 마찬가지로 하락했다. 더구나 후쿠시마 원전사고 여파가 커서,
복구처리비용을 보면 원전은 "수지가 안맞는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결국, 신규건설에 이어진 것은 31기중 4기뿐이었다. 게다가 그 4기는 주의회가
건설에 "Go" 사인을 해서, 멈출수가 없는 것이었다.
앞에나온 전직 관료는 이하와 같이 쓰고 있다.
"미국내 분위기는 원전으로부터 빠르게 이탈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104기 있던 원전은 폐로결정 등으로 100기 이하로 줄어들게 됩니다.
앞으로 20년내에 43기가 끝날 것입니다."
폐로가 결정된 원전을 바라보면, 2012년12월 미국 전력회사 Dominion Resources가
중서부 위스콘신주에 있는 Kewaunee원전의 폐로를 결정했다.
나아가 2013년2월 Duke Energy사는 플로리다주의 Crystal River원전의 폐로를 결정.
업계최대 Exelon사도 뉴저지주의 Oyster Creek원전을 2019년에 폐로한다고 결정했다.
이미 언급했지만, 미국내에는 후쿠시마 원전사고후에 정치적, 사회적인 반원전 압력이
급속히 강해졌다. 사고가 발생할 경우의 막대한 처리비용은 무시할 수 없다.
규제가 강화되고, 안전대책에 더많은 비용이 든다. 그리고 천연가스나 석탄의
가격하락으로 인해, 원전에 단맛을 볼 수 없게 된 것이다.
후쿠시마사고가 터지기전, 미국은 '원자력 르네상스'라는 이름하에 원전추진 물결이
일었다. 정부뿐만 아니라, 재계도 밀어주고 있었다. 지역에 고용이 생기고, 값싸고,
안정된 에너지가 공급된다는 주장은 일본의 전력회사의 선전과 같았다.
7월11일에 발표된 '세계원자력산업 현황보고서'는 세계의 원전을 면밀하게 추적했고,
원자력 르네상스의 오점을 들춰내어, 원전의 한계를 제시하고 있다.
미국이 원전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축소방향으로 향하는 한편, 일본은 7월초순에
도쿄전력을 제외한 전력 4개사(홋카이도전력, 칸사이전력, 시코쿠전력, 큐슈전력)가
총10개 원자로의 재가동을 원자력규제위원회에 신청했다.
안전성보다 눈앞의 이익밖에 생각없는 일본의 전력회사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아직도 수습되지 않은 가운데 신청하는 것은, 안전성보다도
눈앞의 이익에 매달린 전력회사의 천박함이라고 말해도 무방하다.
신청에 대한 심사에 수개월 필요한데, 규제위가 정말로 안전성을 제일로 판단할지
의문이다. 재계의 압력에 얼마나 견디고, 독립된 판단을 내릴 수 있을지 솔직히 모른다.
미국이 스리마일섬 사고후에 오랫동안 안전성을 주축으로 했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 증거가 되는 사례가 있다.
뉴욕시 동쪽 롱아일랜드에 건설기간 10년의 세월이 걸리는 신규원전이 있엇다.
착공은 1973년으로, 스리마일섬사고를 끼고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총공사비 60억달러. 다만 사고의 영향으로 원전반대의 폭풍이 몰아쳐,
공사기간은 연장에 연장을 거듭했다. 그래도 원전은 완성됐다.
그러나 현재 그 원전은 가동하지 않고 있다. 원자로를 움직이려면 미국NRC로부터
라이센스를 받을 필요가 있다. 1989년에 NRC는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일본처럼 재가동을 허가하느냐 마느냐 하는 판단이 아니다. 60억달러라는
거액을 쓴 다음에 이제부터 발전합니다, 라는 단계에서 "No"라는 것이다.
스리마일섬 사고가 없었다면 허가가 나왔겠지만, 롱아일랜드는 결국 1W도
발전하지 못하고 폐로되었다.
앞에 나온 '세계원자력산업현황보고서'에 의하면, 원전은 단기적, 중기적으로
사라져갈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지금 새로운 타입의 소형출력로라며,
다양한 입지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모듈로가 업계에서 큰 주목을 받고있다.
일부에선 "이것이야말로 원자력산업의 미래"인 것처럼 보기도 한다.
셰일가스 혁명이 지금은 미국을 뒤덮고 있는데, 10년후에 소형모듈로가 각광을
받으며 또다시 원전의 시대가 도래할지도 모른다. 셰일가스 매장량은 예상을 넘어
방대해서, 미국의 가스소비량의 100년분이나 있다고 알려졌는데, 채굴의 결점이 있다.
환경파괴가 피할수없다는 것이다.
앞으로 새로운 기술이 개발될 수도 있겠지만, 고압수를 지층에 넣어, 천연가스를
빨아올릴 때에 지하수맥을 크게 오염시킬지도 모른다. 거기에 새로운 문제가 나타날 때,
셰일가스채굴에 브레이크가 걸릴지도 모른다.
다만 방사능오염으로 후쿠시마현의 15만명이 자기집을 쫓겨난 상황과 비교하면
어느쪽이 나은지, 답은 자명할 것이다.
비용과 안전성 양면에서 원전은 하향선상에 있다.
(끝)
위에서 7월11일에 발표된 '세계원자력산업 현황보고서'라고 언급한 것은, 다른 글에서
다뤘던 "The World Nuclear Industry Status Report 2013"(윗짤)을 말한다.
그 보고서에서는 원전업계의 마지막 희망이라는 제4세대 원자로나,
소형 모듈화 원자로에 대해서도 냉철하게 펑가하고 있는데, 돈만 많이 들어가고
별다른 잇점도 없다며, 원전의 경제성에 대해 결론짓고 있다.
결국 원전은 21세기 중간에 사라져 버리는 것으로 데이타를 제시한다.
미국에서는 계산이 빠르고, 주주 등 투자자에 대해 거짓이 없는 입장에서, 가차없이
원전의 수지타산이 안맞는다는 것을 파악하고, 곧바로 행동으로 옮기고 있다.
특히나 사고가 났을 경우의 비용을 무시못한다는 것은, 누구라도 제정신이라면 당연한
소리다. 그것을 무시한다는 것은 제정신도 아니고, 불순한 의도라는 것이 드러날 뿐이다.
관련 링크↓
2013.5.13 CNBC News
Nuclear Power Falters, Engulfed by 'Cauldron' of Bad Luck
비틀거리는 원전, 상황변화가 집어삼켰다
2013.7.30 The Financial Times
EDF to exit US nuclear power over impact of shale gas
프랑스 전력공사 EDF가 미국 원전시장에서 철수, 셰일가스에 밀려